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O.S.T. (1993)


Home 앨범에서 음반 해설을 써주었던 유하 감독의 데뷔작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O.S.T.앨범이다. 당시 신해철이 군 입대 후  다시 한번 대마초 파동으로 구속되는 등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기에, 앨범 프로듀서가 신해철 본임임에도 불구하고 CD 속지에는 신해철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짙은 썬그라스를 끼고 깊게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의 사진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에 변장을 철저하게 해서 신해철 본인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_-;

 

영화는 아마도 신해철이 군 입대를 하기 전에 개봉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신해철이 특별 출연을 한다길래 극장까지 친히 납시어서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_-; 신해철은 초반에 잠깐 미장원에서 머리하는 장면이 한 1분인가 나오는데 녹음 상태가 워낙에 개판이었던 영화라 뭐라고 중얼거리기는 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서 매우 당황했었다. -_-; 유하와의 협업은 한 작품으로 끝나는데 오히려 '말죽거리 잔혹사'같은 영화에 OST로 협업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성장, 학교, 폭력, 사회 이런 주제에 신해철만큼 민감한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뮤지션은 없기 때문이다.

 

넥스트가 시도한 믹스쳐 락으로서 가장 사회적인 발언의 수위가 높았던 '코메리칸 블루스'와 오늘날의 엄정화를 있게 만든 그곡 '눈동자'가 인상적인 트랙이었다. 그리고 화려한 기타 솔로로 명성이 드 높았던 정기송은 이 앨범을 통해 오히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어쿠스틱이라는 듯 깊은 울림의 연주를 선사한다.

 

좋아했던 노래는 코메리칸 블루스, 후회란 말은 내겐 없는 것, 눈동자.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1994)

 

신해철의 2차 대마초 파동 후 오랜 잠행 끝에 나온 넥스트의 귀환 앨범. 요즘이야 음반 산업이 망해서 3년에 한번 4년에 한번 앨범을 내는 게  하나의 관행이 되어버렸지만 당시만 해도 앨범은 무조건 1년에 한 장씩 내는 것이 상식에 가까운 시기였다. 그러던 것이 군 입대와 대마초 파동을 겪으며 음반 발매는 한없이 미뤄졌고, 거기다가 신해철 특유의 발매일 약속 안지키기 신공까지 더해져서 당시만 해도 정말 파격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긴 시간 후에 발매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악재와 음악 방향의 전환으로 인해 이 앨범은 이전까지 신해철 앨범이 가지고 있던 소년다움, 트랜디함 같은 정서는 싸그리 배제되고 적의와 허무 그리고 신경질에 가까운 예민한 정서가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다. 당시 재수생이었던 나는 아침에 음악사에 들려 이 앨범을 구입한 후에 학원 등 모든 일정을 개인 취소하고 -_-; 독서실로 달려가서 휴대용 CD 플레이어로 이 앨범을 계속해서 감상하였다. 해서 이 앨범을 듣기 가장 이상적인 장소는 지금도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독서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재수생 같이 어정쩡한 신분이면 완전 금상첨화 -_-;

 

음악적 견해로 정기송이 탈퇴하고 그 자리를 임창수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교체 당시 이미 앨범의 많은 부분이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임창수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임창수의 소개로 들어온 드러머 이수용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더 디스트럭션 오브 더 쉘에서 보여주는 임창수의 기타 솔로는 기타 넥스트를 거쳐간 기타 플레이어 중 가장 공격적인 솔로에 능하다는 걸 입증한다.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평소 무릎이 안좋았던 이동규는 결국 이 앨범에서 베이스로 포지션을 옮기는데,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부담감과 신해철과의 불화로 인해 결국 앨범을 마지막으로 넥스트에서 탈퇴하고 만다. 이 앨범 후 발표한 솔로 앨범에서 반 신해철 연대의 일원이었던 정석원과 힘을 합해 -_-; '넌 남들과 다르다고 외치지만 다 위선일뿐' 어쩌고 하는 노골적인 신해철 안티송을 발표하기도 한다. -_-;

 

전면적인 하드록으로의 방향 전환과 소년의 화법에서 청년의 화법으로 변화한 가사의 기조로 인해 이 앨범은 기존에 발표했던 앨범들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던 과거의 습관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어서 락이라는 장르안에서 아트락, 메탈, 프로그레시브 락, 믹스쳐 락, 락 발라드 등 다양한 하위 장르를 시도하여 앨범의 다양성을 꾀한다.

 

가사에 있어서 신해철이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그가 이 앨범 이후부터 가사를 쓰는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앨범까지 주로 추상적이고, 현학적이고, 거시적인 주제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 앨범 이후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현상적이고, 미시적인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해철의 글빨은 그런 담담하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다룰 때 가장 빛난다는 것에는 어느정도 동의를 하지만, 그가 그런 고고한 선비같은 모습으로 음악을 하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지랄맞게 저열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신해철은 자기 성질을 못이겨서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버려버린 케이스라고나 할까? -_-;

 

아 그리고 이후 신해철 앨범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인물 앨범 다지이너 전상일과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앨범이기도 하다. 당시 컴퓨터 그래픽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전상일의 아트 워크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다만 앨범 속지에 신해철은 양손을 벌리고 있는데 불이 한손에서만 나오는 걸 보고 아 뻘쭘하다 속으로 살짝 비웃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_-;

 

한 출중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 한 세대를 한순간에 질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좀 특이한 케이스의 앨범이 아닐까 싶다.

 

좋아했던 곡은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중인격자, 날아라 병아리, The Ocean.

 

 

 N.EX.T Live Concert (1995)


임창수와 이동규의 탈퇴 후 김세황과 김영석을 영입하여 만든 넥스트 최초의 라이브 앨범. 이 앨범을 시작으로 넥스트의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솔로 당시 발표했던 라이브 앨범에 후반 수정을 너무 많이 한 것을 찜찜하게 여기던 신해철은 이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면서 후반 작업 무수정 앨범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래서인지 사운드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_-;

 

솔로 시절 곡과 넥스트 곡을 모두 락에 기반하여 재편곡 하였으며 모두 2장의 CD에 빼곡히 수록하였다. 전상일이 만든 스타워즈 분위기의 앨범 표지는 넥스트 앨범 가장 멋져보이며, 빙 앨범에서 고대의 신화 속에 갇혀 있던 넥스트의 불새 로고가 드디어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컨셉이었다고 어디 인터뷰에서 본 것 같으나 솔직히 큰 관심은 없었다. -_-;

 

좋아했던 곡은 재즈 카페를 락으로 재 편곡한 Rock Cafe

 

 

The Return of N.EX.T Part II The World (1995)

 

Part 1의 성공과 신해철,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이라는 역대 최강 라인업에 고무되어 최대한 갈데까지 가버린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영국인 엔지니어 어쩌구 글로섭을 -_-; 직접 한국으로 초빙하여 사운드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 연주자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려한 기교로 앨범 내내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거기다가 아트웍을 맡은 전상일마저 앨범 속지의 판형을 키우고 실사와 C.G의 합성 그리고 붓으로 그린 일반화 등을 동원하여 역대 가장 오바스러운 앨범 아트웍을 완성한다.

 

이 앨범의 미덕은 절제를 지워버린 무한질주이며, 이 앨범의 약점 또한 절제를 잃어버린 무한질주이다. 신해철은 어느 인터뷰를 통해 이 앨범은 원하는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양보와 타협없이 무작정 달리고 또 달려서 만든 앨범이며 해서 이제껏 상상속에서나 구현하던 사운드를 실제로 두손에 넣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이후 신해철의 음악적 행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음악적 성취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팬들과 사운드적 성취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신해철과의 갈등이 시작된 첫번째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불화의 조짐은 이 앨범의 상업적 성공과는 무관하게 당시 PC 통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물론 헤비메탈 팬들을 중심으로 이 앨범의 사운드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보다는 Part 1에 비해 곡들의 순도가 높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지 않았나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 나오기 전에 다운타운이라는 팀을 상당히 좋아하여 앨범도 지르고 자주 듣고 있었는데, 그 앨범의 기타리스트였던 김세황의 합류가 한편으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섭섭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넥스트 합류 며칠 전 다운타운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였을 때 김세황이 '저는 다운타운을 탈퇴하지 않습니다. 다운타운 포레버!!' 라는 선언을 들은 후인지라 아 정말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구나. 새삼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_-; 당시 김세황의 탈퇴에 상처를 받은 다운타운의 리더 정한종은 이후 넥스트는 밴드도 아니라고 상당기간 씹고 다녔다. -_-;

 

당시 넥스트가 타협과 양보를 뒤로 하고 이룩한 탈한국적인 사운드와 거대한 스케일은 백분 인정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다. 아 그리고 이후 신해철의 음악 행보에 빠질 수 없는 국악과의 협연 역시 이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저런 의미에서 신해철 음악 행보의 진정한 제 2막이라고 볼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좋아했던 곡은  Age Of No God, Money, Hope

 

 

N.EX.T Is Alive (1996)

 

월드 앨범 발매 후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의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이다. 당시 이 콘서트에 직접 갔었는데, 여러가지 안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_-; 앨범은 지르지 않았다. 콘서트가 두시간인가 넘게 늦게 시작한 관계로 성난 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대에 올랐던 당시 기획사 사장이었던 유재학씨가 팬들의 야유 속에 도망치듯 무대에서 내려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_-; 당시 나는 친구와 친구 걸 프렌드 이렇게 셋이 같이 가게 되었는데 -_-; 좌석이 잘못되어서 친구와 친구 걸 프렌드는 나란히 서서 보고 나는 쪽 뒤에서 마치 왕따처럼 두시간 내내 홀로 서서 외로이 공연을 관람해야만 했다. 어찌나 서럽던지 -_-; 하물며 사운드조차 별로 좋지 않았다. -_-;

 

그런 원한 때문에 앨범은 지르지 않았고 -_-; 공연 중 좋았던 곡은 내 뒷자리에 있던 한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소프라노의 청년이 마지막 에드립까지 미친듯 따라 불렀던 -_-; Hope.    

 

 

정글 스토리 O.S.T. (1996)

 

윤도현 주연의 언더그라운드 락커의 일상을 다룬 영화 '정글 스토리'의 O.S.T.이다. 하지만 앨범은 O.S.T 보다는 신해철의 독집 앨범의 성격이 더 강하다. 실제로 영화에서 너무하다 싶을 만큼 이 사운드 트랙의 음악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신해철이 앨범에서 리메이크한 산울림의 황무지는 영화에서는 그냥 오리지널 버전으로 대체되어 있다. -_-;

 

영화를 보면 윤도현이 주욱 나오다가 막판에 좌우 맥략 없이 정말 생뚱맞게 넥스트 콘서트 실황 장면이 나온다. -그게 바로 위에서 언급한 체조 경기장 콘서트이다.- 현장에서 봤을 때 갑자기 사람들이 우와우와 소리를 질러서 뭔일인가 싶었는데, 영화로 보니 한 소녀가 케익을 들고 무대에 다가가서 재즈 카페를 부르던 신해철에게 건네는 장면이었다. 아마 신해철 본인도 이 장면이 영화에 왜 나와야 했는지 아직까지 모르고 싶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_-; 정말 쌩뚱맞고 무의미한 장면이었다. -_-; 그것과는 별개로 혹시나 관객석에 서 있는 내가 찍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 제법 샅샅이 화면을 훑어봤지만 역시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실망햇던 기억이 있다. -_-;

 

앨범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월드 앨범에서 맹활약한 어쩌구 글로섭이 -_-; 다시 등장하여 앨범의 믹싱을 담담하고 있으며, 이제는 경지에 오른 신해철이 어느 정도 어깨에 힘을 뺀 상태에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래퍼중 가사의 내실면에서 신해철 수준까지 접근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가끔은'을 통해 역시나 멋진 저음으로 통렬한 속사포 랩을 -_-; 선사한다.

 

당시 신해철의 음악 제자였던 전람회의 김동률이 피아노로 세션에 참여한 것이 눈에 띄며, 아니메 '아키라'를 연상케하는 전상일의 아트웍도 매우 훌륭하였다. 앨범 속지에 신해철 사진이 너무 '기집애'처럼 나온 것을 두고 당시 열혈 남성팬들이 전상일을 원망하는 글을 PC 통신에 올렸던 기억이 있다. -_-;

 

좋아했던 곡은 절망에 관하여, 그냥 걷고 있는 거지

 

 

NODANCE (1996)

 

같은 미디 음악 1세대인 윤상과 함께 만든 전자 음악 프로젝트 앨범이다. 앨범에서 신해철이 부르는 곡이 더 많아서 윤상은 들러리만 섰다는 말들이 있었으나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윤상의 곡 지분이 많으면 더 많았지 결코 신해철보다 적지는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사람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했다고 하였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은 솔직히 잘 안느껴지고 -_-; 그냥 각자의 작업물에 훈수질 정도 한 같은 기계적 결합만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전자 음악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곡들은 장르적으로 오히려 가요의 작법에 충실하며, 전자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그저 자기들이 듣고 자란 뉴웨이브, 신스 팝, 테크노 등의 전자 음악을 자기들식으로 한 번 정도 복기해본다는 뉘앙스가 강한 앨범이다. 그리고 페샵보이즈 앨범 엔지니어를 초빙하기 위해 돈 좀 질렀다는 자랑질을 하는 것에 비하여 사운드는 의외로 좀 구리고 작게 녹음되어 있다. -_-;

좋아했던 노래는 질주, 월광, 달리기, 기도

 

태그 : 신해철
  1. 뮤즈의남자 2010/07/15 19:53 답글수정삭제

    저도 신해철을 엄청 좋아 했었는데, 지금은 예전같진 않지만 그래도 국내가수중엔 제일 좋아하는데 최근에 보이는 그의 행보는(특히 발언들) 좀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음악만 보면 참 좋은데 말이죠.

    • 사슴눈 2010/07/15 22:03 수정삭제

      일단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쎄요... 저도 요즘 해철님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한데... 그분 발언 때문에 그분을 안쓰럽게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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