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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18, 2010

애플 본사 방문기

어제께 그러니까 4월 14일 수요일에 말할 수 없는 비밀 지령 때문에 애플 본사에 방문하였습니다.

뭐 사실 비밀도 아닌데요. 이리저리 여차저차 요리조리 하다보니 애플의 마켓팅 부서와 연결이 되어서 하루짜리 알바를 뛰게 되었습니다.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평일이라 당연히 못한다고 해야 정상이지만, 신자된 도리로써 메카 방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일념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다녀왔습니다.

차 가 막혀서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게 애플 캠퍼스에 도착했습니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웅장하고 크더군요. 약속 장소는 1 Infinite loop인데 주차를 6번 빌딩 앞에서 하는 바람에 좀 헤매었습니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젊고 활기차 보이는 사람들이 거대한 빌딩으로 쏙쏙 빨려 들어가더군요. 종종 걸음을 치고 있는 전형적인 중국인 스테레오타입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여자분에게 1번 빌딩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번 빌딩을 찾아서 헐레벌떡 들어가는데 모퉁이에 company retail store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iPad아 넌 이제 죽었다. 조만간 널 내가 구매해주마" 라고 다짐하면서 전화를 겁니다.

현관 유리문 안쪽에서 샤방샤방 8등신 미녀가 손을 흔드네요. 이래서 마켓팅을 해야 하는 겁니다. 엔지니어들 다 반성하세요.

평소와 다르게 좀 있어 보이려고 2불 주고 더블 카푸치노 한 잔 사서 입 주위에 일부러 우유거품을 잔뜩 묻힌 채 방에 들어 갑니다. 우리 초첨단 현대인들은 아침엔 입주위에 거품 좀 묻혀야지 안그래? 라고 생각해 봅니다.

1번 건물안의 런던이란 방에서 다른 알바생과 함께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 전에 무슨 씨니어 디렉터란 높으신 양반이 와서 일장 연설을 하십니다. 직위는 높으나 역시 젊어 보이고 맛케팅이라 그런지 잘생기신 분이 말도 청산유숩니다.

아이맥 앞에서 작업 돌입. 요리조리 노가다 좀 뛰다가 점심 시간이 됩니다.

메인 카페테리아란 곳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식당 무지 큽니다. 요리도 무지 다양합니다. 타커리아, 스시바, 베이커리, 일반 양식, 인디안, 생과일 주스, 디저트 다 있습니다.

별볼 일 없는 구글러들은 가난해서 급식 타 먹는 신세지만, 우리 엣지 있는 애플러들은 엣지있게 자기 돈 내고 사 먹습니다. 불행하게도 전 애플 정직원이 아니라서 하는 수 없이 애플이 사주는 거 얻어 먹었습니다.

다들 회사 뱃지를 차고 다니는 데 참 쎄련 되었더군요. 성도 없이 이름만 크게 써있고, 사진도 크게 박혀 있고요.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빈자리가 없습니다. 식판을 들고 방황하다가 루저처럼 밥을 혼자 먹는 총각을 발견합니다. 즉시 옆으로 가서 말을 겁니다.

본인: 두 유 마인드 이프...
총각: 앉으세요.

아.. 역시 똘똘한 애플인들은 금방 알아 듣네요. 다른 알바생 한 명 추가해서, 세 명이 점심을 먹습니다.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니 마켓팅부서 디자이너라네요.
나도 마켓팅부서 알바 뛰러 왔다고 하고 많은 대화를 하려 했으나...그 총각이 대화를 하기엔 너무 말이 많습니다.

그 이후로 왜 애플이 좋은 얼마나 애플이 좋은지, 우리 교주님이 얼마나 쿨하신지...내가 샐러드 푸고 있을 때 교주님이 옆에 오는 바람에 손이 떨려서 고생했다 등등....애플 자랑만 한시간 하더니...자기는 바빠서 먼저 간답니다.

식사 후에 8등신 미녀 언니가 커피 사준다고 하길래 배불러서 죽을 것 같았지만 더블 라떼를 얻어 먹었습니다. 한국인의 근성은 위대합니다.

이쁘게 정돈된 코트야드에서 좀 노닥거리다가 건물에 다시 들어 갔는데 뭔가 황금빛 물체가 번쩍거립니다. 궁금해서 가보니 애플이 받았던 에미상 트로피 세 개가 전시되어 있네요. 오호라...이게 에미상 트로피구나....생각보다 크고 번쩍거리고 폼 나더군요.

미녀 언니랑 식후 노닥거리기를 하고 있는데, 글쌔 이 건물이 우리 교주님이 집무를 보시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오후 1시쯤이면 자주 출물하셔서 알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노닥거리다 보니 이 미녀 언니도 애플 자랑이 끝도 없습니다. 삼성처럼 애플 직원들도 어디 단체로 합숙가서 쇄뇌교육을 받는게 아닐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제 오후 노가다에 다시 투입되었습니다. 교주님과 같은 건물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성령 충만함을 느낍니다. 성령 충만 덕분에 일이 그럭저럭 마무리되어 갑니다.

일 끝내고 나서 잽싸게 컴퍼니 스토어로 달려갑니다. 띵호와! 드디어 iPad를 직접 만져 볼 수 있었습니다. 첫인상은 예상 밖으로 엄청난 실망감에 휩싸였습니다. 저한테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는데, 680그램이라고 해서 가벼울 줄 알았는데, 아주아주 매우매우 묵직합니다. 전자책으로 쓰기가 상당히 난감한 무게입니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대 충 만져보고 나서 직원에게 가서 16기가 모델 사겠다고 하니, 이곳에는 아직 iPad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정식 매장가서 사라고 합니다. 이로써 세 번째 물먹었습니다.

우연찮게 애플 캠퍼스를 방문하게 되어 참 재밌는 하루였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캠프스도 무척 잘 꾸며 놓았더군요. 사람들도 다 활기차 보이고 친절하고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더 구석구석 자세하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1 comment:

얼씩우 said...

날달걀님 오랜만에 글 쓰신거 보니 반갑네요. 근데 우리 이 블로그 스킨을 좀 교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좌우 넓이가 너무 좁아서 글쓰는데 너무 갑갑한 느낌이 드네요. 나중에 한가하실 때 좀 폭을 넓게 쓸 수 있는 스킨으로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리플에 달리는 개별 이미지도 하나 하시면 좋을 듯 (__)



아 마지막으로 날달걀님께서 감동하셨던 믹시가 왠일인지 등록되지를 않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