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코에서 재밌는 주제의 글(http://systemplug.com/blog/221)을 보게 되어 댓글을 달까 하다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서 트랙백으로..에헴.. 어설프군님은 혹시 맘 상하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세요 ^^
첫째, 비메모리 = CPU?
이거 아닙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구조에 많은 차이가 있으니 크게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지만, 비메모리는 그 안에 다니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메모리가 SRAM, DRAM, Flash등으로 나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니 삼성에서 x86 CPU를 안만든다고 비메모리 사업을 안한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물론 메모리 사업에 비하면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이지만요.
둘째, 알파칩을 32비트로 어찌 잘 한 번 해보면 삼성이 CPU 시장을 좀 먹을 수 있었을까?
대답은 절대적으로 "노"입니다. 가능성이라도 좀 있었다면 삼성이 이미 예전에 달려들었을 겁니다. 예전에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한 회사가 하나 있었죠. 이름은 VIA라고 합니다. 결과는 당연히 처절하게 깨졌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교 꼴찌가 전교 일등을 따라 잡으려면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전교 일등이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공부하게 되면 전교 꼴찌가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0프로 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게 이미 x86 시장은 인텔을 정점에 둔 에코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제품을 가지고는 이런 에코시스템을 붕괴시킬 수가 없습니다. 윈도우즈의 독점을 리눅스가 깨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AMD 예를 드셨지만 AMD는 거의 항상 내일이 불안한 회사였습니다. 몇 년 반짝한 적은 있지만요. AMD에게도 인텔과의 경쟁은 너무나 힘겹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알파칩은 많은 학습을 한 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알파칩에서 배운 것과 많은 연구 개발 노력으로 삼성은 CPU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픈 아키텍쳐인 ARM 프로세서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팔고 있고, 자사 제품에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CPU를 생산하는 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따져보면 이것도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셋째, 알파칩의 현재? 간단합니다. 망해서 없어진 기술입니다. 한 때 기네스북에 가장 빠른 CPU로 기록되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일 뿐입니다. 앞으로 x86 이외의 기술로 존속이 예상되는건 ARM과 Cell 뿐인 것 같습니다.
네째, 데이브 커틀러와 NT.
커틀러가 DEC에서 OS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맞습니다. 근데 알파를 위한 OS는 아닙니다. 그랬다면 어셈블리로 개발했겠죠. OS/2 처럼요. 하지만 NT는 그렇지 않죠. 데이브는 그저 다음 세대의 VMS를 개발하고 있었을 뿐이고, 이 프로젝트가 취소되자 MS로 옮깁니다.
이 때 부하 직원들하고 같이 움직였는데, 이게 발단이 되어서 (DEC는 사람만 간게 아니라 코드도 가져갔다고 생각함) 소송을 걸게 됩니다. 결국 마소와 DEC는 합의를 보게 되고, 꽤 많은 돈을 마소가 지불하면서 동시에 NT는 알파칩을 지원하게 됩니다. NT가 알파와 x86을 동시에 지원하는 걸로 커틀러가 알파용 OS를 개발한 건 아닌게 되는 거죠.
애초에 빌게이츠가 커틀러에게 원한건 어셈블리로 된 OS/2를 포터블하게 바꿔달라는 거였는데, 천재인 커틀러와 그 일당이 NT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름이 NT가 된겁니다. New Technology. 즉 신기술이라는 건데, 커틀러와 그 일당이 자신들의 작품에 얼마나 자부심과 애정이 컷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천재의 작품답게 NT는 마소 제품 답지 않게(?) 매우 훌륭한 제품으로 나오게 되고 이 후 마소의 모든 운영체제의 근간이 됩니다.
재밌는 주제를 제공해 주신 원글님께 감사합니다.
4 comments:
Yalzzal님.. 안녕하세요. 어설프군입니다.
좋은 내용입니다. ㅎㅎ 저도 다시 배우고 가며.. 또..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정정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
이곳저곳 검색하며.. 데이터를 찾아 봤는데요.
미진한 부분이 있엇던듯 하네요.
좋은 지적 감사드리고.. 또, 좋은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ㅎ
@어설프군YB - 2008/06/17 12:37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직은 초보 블로거입니다만, 앞으로 재미난 얘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인텔에 밀려 cpu 사업을 접은 회사들이 어떤 회사들인지 안다면,
삼성이 알파로 어찌어찌 했더라면....은
정말로 '꿈'일 뿐이라는 게 이해되지요.
@b4 - 2009/03/25 22:40
똑똑한 놈이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무적이 된다는 가장 좋은 예가 인텔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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